AI 등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직무별 노동수요에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하면서 어떤 능력에 대한 수요가 높고 어떤 능력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개인의 능력 중 시험 성적 등으로 측정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cognitive skills[1]이 노동시장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는데, 최근 문헌에서는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social skills이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본 블로그에서는 국내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업무 및 능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한 다음 노동투입과 임금 측면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이 높아졌는지를 살펴보았다[2].
사회적 기술 일자리가 수학적 기술 일자리보다 더 큰 폭 증가
먼저 미국 직업정보(O*NET) 자료를 이용하여 직업별로 수학적(인지적), 사회적 업무 강도를 측정하였다.
수학적 업무 강도는 특정 직업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수학적 사고 능력 ▶수학적 지식 ▶수학적 기술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를 나타낸다.
두 번째로 사회적 업무 강도는 ▶협동력 ▶협상력 ▶설득력 ▶사회적 인지력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를 나타낸다.
사회적 및 수학적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지, 낮은지를 기준으로 직업을 4가지 그룹으로 분류하여 노동투입량 변화를 분석하였다.
사회적 업무 강도가 직업별 분포에서 중위값보다 높은 직업은 ‘High Social’, 중위값보다 낮은 직업은 ‘Low-Social’로 구분하고, 수학적 업무강도에 따라 ‘High Math’와 ‘Low Math’로 구분하였다[3].
4그룹으로 분류해서 보면, 지난 14년간(2008~2022년) High Social-High Math 일자리가 4.7%p, High Social-Low Math 일자리가 2.3%p 늘어나면서 High Social, 즉 높은 수준의 사회적 기술이 요구되는 일자리social skill-intensive occupations 비중이 전체적으로 7.0%p 증가(49%→56%)하였다(<그림 1>).
반면 높은 수준의 수학적 기술이 요구되는 일자리math skill-intensive occupations의 비중은 이보다 작은 5.3%p 증가(50%→55%)하는 데 그쳤고, Low Social-Low Math 일자리는 7.6%p 감소(43%→36%)하였다. 이는 노동시장 전반에서 쓰이는 기술의 수준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1. 업무강도별 고용 비중 변화1)
주: 1) 2008년 대비 비중 변화. 근로시간까지 고려한 총 노동투입량
자료: 지역별고용조사, 저자 계산
사회적 능력에 대한 임금 보상은 최근 들어 늘어난 반면,
인지적 능력에 대한 임금 보상은 감소
청년패널조사(YP2007)를 이용하여 개인이 보유한 인지적 능력과 사회적 능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한 후 개별 능력에 대한 임금 보상을 살펴보았다.
인지적 능력은 수학능력시험 성적 자료를 활용하였으며, 사회적 능력은 Deming(2017)에 기반하여 ▶학창 시절 교우관계 및 특별활동에 대한 만족도 ▶친구 집단의 성향(친한 친구의 수, 적극적인 학교 활동, 친구 사이에서의 인기) ▶개인 성향(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데 대한 두려움, 의사표현력)과 관련된 응답을 활용하였다.
개인의 사회적 능력이 1단위(1표준편차) 높을 때 임금이 2007~2015년 중에는 4.4% 높았으나 2016~2020년 중에는 1.5%p 더 늘어난 5.9%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다(<그림 2>).
반면, 인지적 능력이 1단위(1표준편차) 높을 때는 임금이 2007~2015년 중 10.9% 높았으나 2016~2020년 중에는 1.6%p 낮은 9.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임금 보상 측면에서도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그림 2. 인지적·사회적 능력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1)
주: 1) 개별 능력이 1단위(1표준편차) 높을 때 임금 상승폭
자료: 청년패널조사(2007~2020년), 저자 계산
사회적 능력은 자동화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워 중요성이 증가
최근 들어 노동투입과 임금 측면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인지적 능력에 비해 자동화 기술로 대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기계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확장되면서 AI는 반복적 업무뿐만 아니라 기존 기술에선 한계가 있는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사회적 기술과 가장 밀접히 관련된 업무인 비반복적·인지적(대화) 기술은 여전히 AI 기술로도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있다(<그림 3>).
이러한 현상에 대해 Deming(2017), Autor(2015) 등은 직관, 판단력, 창의력, 유연성 등 인간의 암묵적인 지식tacit knowledge은 명확하게 규칙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자동화 기술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림 3. 기술별 노출 지수와 업무 역량 간 회귀분석 결과1)2)
주: 1) 회귀계수에 대한 추정치 및 95% 신뢰구간
2) 계수값이 클수록 기술에 의해 해당 업무가 대체될 가능성이 높음
자료: Webb(2020)에서 재인용
인간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사회적 능력, 교육현장에서 계발 기회를 제공할 필요
자동화 기술에 의해 다양한 업무가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사회적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교육 및 직업훈련 측면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본고의 결과가 인지적 능력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에도 기술발전에 필수적인 STEM(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ematics) 전공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팀워크, 의사소통 능력 같은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1] 인지적 능력은 지각, 학습, 기억, 이해 등 인지적 활동과 관련된 능력이다. 다수의 선행연구(Neal and Johnson(1996), Heckman et al.(2006), Altonji et al.(2012), 이자형(2013) 등)는 시험 성적을 대리변수로 사용하여 인지적 능력을 측정한다.
[2] 자세한 내용은 BOK 이슈노트(제2024-13호)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 증가”를 참고하기 바란다.
[3] 2008년도 직업별 분포를 기준으로 식별하였다. 각 분류에 속하는 직업은 BOK 이슈노트(제2024-13호)의 <참고 2>“수학적·사회적 업무 강도에 따른 직업 분류”를 참조하기 바란다.
출처 : 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