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파산’, ‘간병 살인’이라는 무서운 단어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병원에서 밤을 지새우며 돌보는 것도 힘든데,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간병비 폭탄은 그야말로 가정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곤 합니다.

비급여 항목이라 오롯이 환자와 가족이 부담해야 했던 간병비. 이제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바로 ‘간병비 급여화’ 정책인데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이 정책,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블로그 독자분들을 위해 핵심만 정리해 드립니다.

 

‘간병비 폭탄’을 막을 정책, 무엇이 달라지나요?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간병비 급여화는 내년(2026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모든 병원이 아닌, 정부가 특별히 선정한 **’의료 중심 요양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가 첫 번째 혜택 대상입니다.

• 혜택 대상: 인공호흡기 사용 환자 등 의료 필요도가 높은 중증 환자부터 시작합니다.
• 지원 범위: 현재는 월 200만~267만 원에 달하는 간병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본인 부담률이 30%**까지 낮아져 월 60만~80만 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 시행 계획: 내년 200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00곳의 요양병원을 의료 중심 요양병원으로 전환하여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이 정책에 2030년까지 6조 5천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그만큼 간병비 부담이 얼마나 큰 사회적 문제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성공을 위한 두 가지 과제: 인력과 재정

정부의 야심찬 정책에도 불구하고, 간병비 급여화가 순조롭게 정착하려면 두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1. 간병 인력 수급 문제: 환자 4명당 공동 간병인 1명, 3교대 근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당장 내년에만 수천 명의 간병인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정부는 국내 거주 미취업 외국인에게 간병인 교육을 제공하거나, 유학생을 양성하는 등 외국인 인력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2. 건강보험 재정 부담: 막대한 재정 투입은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습니다. 이미 건강보험 재정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대규모 추가 투입이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간병 시스템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나라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해외 사례를 통해 간병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 일본: 공적 개호보험 제도를 운영합니다. 요양 등급에 따라 재가 서비스와 시설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본인 부담률은 10~30%로 우리와 유사합니다.
• 독일: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간병이 필요한 국민에게 등급별로 현금이나 현물 급여를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가족 간병이나 전문 간병인 고용 비용을 보조하죠.
• 스웨덴: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자체가 직접 간병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소득과 무관하게 필요한 국민 누구나 간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간병비 지원은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사회 전체가 노년과 아픈 사람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입니다.

한국의 간병비 급여화 정책 역시 이런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지속 가능하고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간병’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파산’이나 ‘살인’이 아닌, 따뜻한 ‘돌봄’의 의미로만 남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